주절주절2014. 1. 9. 18:26

동백꽃




내가 점심을 먹고 나무를 하러 산으로 올라서려는데, 

점순네 수탉이 아직 상처가 아물지도 않은 

우리 닭을 다시 쪼아서 선혈이 낭자했다. 


나는 작대기로 헛매질을 하여 떼어 놓았다. 


나흘 전에 점순이는 울타리 엮는 내 등뒤로 와서 감자를 내밀었지만,

 나는 그녀의 손을 밀어버렸다. 


그러자 쌔근쌔근 하고 독이 오른 그녀가 나를 쳐다보다가 

나중에는 눈물까지 흘리는 것을 보고 나는 깜짝 놀랐다. 


다음날 점순이는 자기 집 봉당에 홀로 걸터앉아 

우리 집 씨암탉을 붙들어 놓고 때리고 있었다. 


점순이는 사람들이 없으면 수탉을 몰고 와서

 우리 집 수탉과 싸움을 붙였다. 


하루는 나도 우리 집 수탉에게 고추장을 먹이고 

점순네 닭과 싸움을 붙였다. 


우리 닭은 발톱으로 점순네 닭의 눈을 후볐으나, 

점순네 닭이 한번 쪼인 앙갚음으로 우리 닭을 쪼았다. 


점순이가 싸움을 붙일 것을 안 나는 

우리 닭을 잡아다가 가두고 나무하러 갔다. 


점순이가 바윗돌 틈에 앉아서 닭싸움을 보며 

청승맞게 호드기를 불고 있는 걸 보고 

약이 오른 나는 지게 막대기로 점순네 큰 수탉을 때려 죽였다. 


그러자 점순이가 눈을 흡뜨고 내게 달려든다. 


다음부터는 그러지 않겠느냐고 다짐하는 점순이에게 그러마고 약속한다. 


노란 동백꽃 속에 함께 파묻힌 나는 

점순이의 향긋한 냄새에 정신이 아찔해진다. 


이때 점순이는 어머니가 부르자

 겁을 먹고 꽃 밑을 살금살금 기어서 내려가고 

나는 산으로 내뺀다.






점순이의 냄새인지...동백꽃 내음인지..ㅋ




Posted by 쭘마렐라